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년 3개월만에 쓰는 글

나의 기록

by moonionn 2025. 11. 13. 02:38

본문

부제 : 엄마가 된 직장인

 

마지막으로 글을 써본 게 작년 여름이다. 사실 그때도 나에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임신 4개월 차였다. 그 이후로 여러 초안들을 작성했지만 완성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겨울에 출산했고, 이제 아기는 어느덧 9개월 차가 되었다.

 

아기는 100일만 넘으면 밤에 쭉 잔다고 누가 그러던가. 우리 아기는 아직도 밤 9시에 겨우 잠들고, 새벽에 한두번씩 깬다. '100일의 기적'은 SNS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이유식 만들고 먹이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밤 9시에 겨우 재우고 나면 씻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이유식을 만든다. 남편의 아침 메뉴까지 챙긴다. 중간중간 깨는 아기를 달래다 보면 어느새 새벽 3~4시. 아기가 아침 8시에 깨니, 수면 시간은 하루 4~5시간 남짓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코딩도, 개발도, 세상사도 모두 뒷전이 되었다. 물론 걱정됐다. 출산 후 IT업계는 빠르게 변했다. 출산휴가 전엔 낯설기만 했던 '바이브코딩'과 'MCP' 같은 개념이 이제는 뉴노멀이 되어 있었다. 이런 걱정들은 마음 한켠 작은 상자에 넣어두었지만, 언젠가 마주해야 할 현실임을 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이제 사람들은 모르는 게 생겨도 구글링을 하지 않는다. 스택오버플로우를 아직도 쓰는지 모르겠다(현직에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그래서 처음엔 '이제 블로그 시대는 끝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결국 블로그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결론내렸다. 아기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개발자의 이야기는 AI가 경험하지 못하는 범위이지 않을까.
(링크드인은 너무 부끄럽다)

 

1년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신혼집마련 등등... 지금은 12월에 있을 이사 준비로 바쁘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사만 잘 끝나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인생과업(?)이 어느정도 끝나가니 원래 하던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새벽 2시이지만 이렇게나마 짬을 내서 글을 다시 써본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