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자이너였는데 왜 서버 엔지니어가 되었나요?

나의 기록/그냥 글

by moonionn 2021. 6. 23. 01:06

본문

내용과 무관한 짤

개발하기 전에는 뭘 하셨나요?
디자인했었습니다.
오? 그런데 왜 백엔드 개발을 하시죠?

 

저의 현 포지션과 전 포지션을 이야기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대화 내용입니다.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이라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왜 백엔드냐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개발을 하기 전의 나

고등학생 때는 공부가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적이라고 가르치는 분위기가 싫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부의 목적이라 하는 대학교 타이틀에도 욕심이 없었습니다.

상위권에 한 번 들면 자리를 빼앗기기 싫어서 악착같이 공부한다던데, 

저는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등 떠밀리듯이 장래희망을 결정해야 했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곧잘 하던 그림이나 그리자는 심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미대를 갔습니다. 

못하지는 했지만,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 

싫어하진 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한 학기, 두 학기가 흐를 때마다 "난 이 길이 아닌 건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지만 

고등학생 때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너무 배부른 소리 하는 것 같아서,

모두 나에게 대학 졸업 -> 취업이라는 클리셰를 기대하니까 

허튼 생각하지 말자, 라며 무기력하게 지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무기력감은 더욱 커져만 갔고,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불신도 커져만 갔습니다.

 

어쩌다 개발을 시작했는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넷, 프로그래밍의 역사를 훑는 책인데 

이 책에서 언급된 오픈 소스 운동을 읽고 개발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업 종사자들은

지독하게 어도비와 얽힌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자매품 오토데스크)

어도비, 오토데스크와 같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대체품이 없습니다. 

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학생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픈 소스 운동, GNU 운동 부분을 꽤 감정 이입하며 읽었습니다.

실제로 의미 있는 결과물 (git, linux)을 이끌어냈다는 점,

그 정신이 현재까지도 개발 문화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쩌다 백엔드 개발자가 되었는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의 성향을 따랐을 뿐입니다.

대학 진학 당시에는 저의 성향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해서 엉뚱한 길로 간 것일 뿐. ^^;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지는 것보다

왜? 이게 왜 이렇게 되는데?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 난 백엔드구나"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놀라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욕심을 낸 적이 있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한 적이 있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일에 임한 적이 있었나?

 

심신이 모두 긍정적으로 변한 제 모습을 보며 

옳은 선택이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래 두 가지 성격을 지닌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1. 탄탄하고 유연한 설계를 하는 개발자

2. 공공의 이익을 위하고, 공유를 실천하는 개발자

 

1번을 실천하는 개발자는 정말 많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1번을 실천해야 나의 작업물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번은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대학 과로 공간디자인과를 선택한 이유도, 

어렸을 때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를 보고 

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고민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집짓기 봉사활동

 

개발은 공공의 이익을 더 널리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개발자들 간의 지식공유, 오픈 소스 배포 등

사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오픈 소스 배포는 사소하진 않지만...)

 

좀 더 거창한 목표는...

농담 식으로 하는 말이긴 한데, 어도비의 기술 독점체제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ㅎㅎ

 

매달 거금을 바쳐야 하는 어도비.

 

결국 하고픈 말

사실 "디자인했으면서 왜 백엔드 하세요?"라는 질문은

"왜 눈(eye)으로 하는 직업 하다가 눈 가리고 하는 직업 하세요?"

이런 뉘앙스의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디자이너와 백엔드 개발자는 결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이 핵심이니까요.

눈 뜨고 하냐, 눈 감고 하냐 그런 건 부수적인 게 아닐까요.

'나의 기록 > 그냥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회고  (0) 2022.01.09
위코드 기업협업 4주 차 회고  (0) 2021.06.07
위코드 기업협업 3주 차 회고  (0) 2021.05.30
위코드 기업협업 2주 차 회고  (0) 2021.05.23
위코드 기업협업 1주 차 회고  (0) 2021.05.16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