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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 없을 워킹맘 이야기

나의 기록

by moonionn 2026. 3. 5.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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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어린이집에 갔다.

홀가분한가? 아니, 안쓰럽다.

걷지도 못하는 게 아침마다 사회생활을 하러 간다.

이제 내 아이는 가족이 아닌 타인의 손에 자란다.

 

<나는 솔로> 30기에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영자'라는 당찬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아기를 낳으면 당연히 기관에 보내고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거라 말한다.

남편과 나는 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실소했다.

당연히 앞날을 모르겠지.

무자녀였던 나도, 아니 아기가 10개월이 될 때까지의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지.

관심도 없었지 사실.

그래서 제목이 그렇다.

"아무도 관심 없을 워킹맘 이야기"

 

아기를 낳고 키우는 건 정말 기이한 경험이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정들이 매일 파도처럼 밀려온다.

30년간 굳건했던 나의 가치관과 신념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다.

 

"저를 낳고 전업주부가 된 엄마를 보며, 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심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던 나의 자기소개다.

'일 관두지 말걸'하며 툴툴대는 엄마에게 질려버린 탓이었을 터.

무엇보다 남자랑 똑같이 교육받아놓고 전업주부가 되는 건 억울한 일이라 여겼다.

 

아! 나 또한 그랬듯, 이 '엄마'라는 존재를 우리는 얼마나 쉽게 폄하해왔던가.

입주 육아도우미와 가정부의 대략적인 월급은 각각 500만 원 선이다.

엄마의 노동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걸, 왜 직접 당해보고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멋진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사회에서 이름을 날리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나?

어쩌면 나는 그저 남의 인정을 받아야만 성공한 것이라 믿어왔던 건 아닐까.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많은 엄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사정으로 워킹맘이 된다.

나 역시 아이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이런저런 연유로 다시 워킹맘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워킹맘이 되고 나서야 일에 대한 태도가 더 단단해졌다.

미혼일 땐 "맘에 안 들면 관두지 뭐"라는 생각이 일상다반사였다.

"회사는 왜 다니니?" 라고 누가 묻는다면

"코딩이 재밌는데요, 코딩한다고 돈도 줘요"라고 답할 정도로 재미를 좇아 일을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일은 반드시 재미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나는 운명의 장난처럼 딱 그 시기에 엄마가 되었다.

 

이제 누가 "회사는 왜 다니니?" 라고 묻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아기가 있어서요" 라고 대답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목적은, 투지를 그 무엇보다 강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준다.

 

2021년, 어떤 회사에 입사해야 할지 고뇌하던 사회초년생 시절이었다.

한 시니어가 내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민이 많았나보구나.
그런데 있지, 어떤 회사에 다니느냐는 인생 전체에서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인생의 갈림길은 누구랑 결혼을 하느냐, 아이를 낳느냐, 어떻게 키우느냐, 그런거더라.
그러니 지금 너의 선택에 무게를 두고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아마도 나는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걸 안다.

어떻게든 아이도 자랄 거라는 것도 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조차, 부모님이 나를 안정적으로 키워주셨기 때문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경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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